성장 인사이트: 재무 관점의 투자유치 전략 #3
투자계약 체결할 때 꼭 알아야 할 것
투자 라운드의 전반부가 IR 자료를 토대로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알리는 설득 단계라면,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투자 조건을 검토하고 협의하는 협상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협상의 노하우를 알아볼까요?
기업 가치 협상하기
지난 1편에서 필요한 투자금을 기업가치의 10~20%로 역산하여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을 언급했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어요.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상장 기업의 가치를 가늠하는 전통적인 평가 방법인 멀티플 접근법을 스타트업의 여건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변형해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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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R(주가매출비율):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매출이 높아도 투자 비용이 큰 경우가 많아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에요. 커머스, 구독 서비스에서 주로 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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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GMV Ratio(주가거래액비율): 플랫폼 기업의 경우엔 중개/직거래에 따라 회계상 매출의 차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매출이 아닌 거래액(GMV)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기도 해요. 전체 기업 가치를 거래액의 N배로 보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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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월활성사용자수) 기반 전망: 사용자 서비스의 경우, 유료화 대신 사용자 증가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는 MAU 증가에 비례해 미래의 매출, 거래액 전망을 담은 사업계획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제시해요.
그 밖에도 시장의 국내외 유사기업의 가치를 비교하는 방법, 회사의 꿈의 크기를 설득하는 방법(Price Dream Ratio∙주가꿈비율), 핵심인재를 기업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예: 박사급 인력 N명x가치) 등도 있어요. 기업가치 평가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는 만큼, 상황에 맞는 평가 방식을 택해 설득의 논리를 만드는 게 좋겠죠?
투자 실사 준비
지난 콘텐츠 ‘스타트업 외부 감사 단골 이슈 8가지’에서 스타트업 외부 감사와 재무 실사에서 자주 지적받는 이슈를 알아봤죠? 매출액 인식 오류, 총액/순액 인식 등 스타트업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재무 이슈를 잘 파악해야 실사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김 대표님은 세무회계 중심의 세무법인보다는 발생주의 회계기준에 익숙한 회계법인을 통해 투자 실사에 대비하라고 조언해요. 또 시리즈 A 이전에는 투자 실사가 투자 결정에 큰 영향력이 없지만 뒤로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시리즈 B~C 이후로는 가급적 자체 기장을 통해 재무실사를 대비하기를 권한다고요.
투자계약의 종류
본격적으로 투자 조건을 논의하기 전 투자계약의 종류를 이해해야 해요. 주요 투자계약 유형으로 보통주, 전환상환우선주, 전환사채가 있는데, 각각 의결권과 이익배당/잔여재산 배분 우선권, 상환권, 전환권 유무에 차이가 있어요. 하나씩 살펴보면 의결권은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이익배당/잔여재산 배분 우선권이란 배당금이나 기업 청산 시의 잔여재산을 먼저 배분받을 권리예요. 상환권은 투자자인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되팔 권리, 전환권은 소유한 유가증권을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요. 각 유형의 차이는 다음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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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Common Stok): 의결권이 있고, 이익배당/잔여재산 배분 우선권과 상환권은 없어요. 주로 엔젤 투자자나 시드머니 투자자의 투자 유형에 해당해요. 참고로, 보통주와 구별되는 우선주는 배당과 잔여재산 배분을 보통주보다 우선 받을 수 있는 대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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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상환우선주(RCPS): VC와 엑셀러레이터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택하는 투자 유형으로, 이름 그대로 전환권과 상환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이익배당/잔여재산을 우선 배분 받는 우선주이지만 보통주와 동일한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고요. 다만, 상환권은 기간과 조건을 충족할 경우 행사할 수 있고, 상법 상 처분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있어야만 청구할 수 있어요.
참고로, 전환상환우선주는 K-GAAP(한국기업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인식하지만,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부채로 인식해요. 원하는 회계기준을 선택할 수 있는 비상장사와 달리 상장사는 반드시 K-IFRS로 통일해야 하는 만큼, 기존에 전환상환우선주를 자본으로 기록해왔다면 상장 후에는 부채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점 기억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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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CB): 자금을 빌려주는 개념으로, 의결권과 이익배당 우선권이 없지만 이자를 지급하고 이익잉여금과 무관하게 만기 시점에 상환해야 해요.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회계 상은 부채로 처리해요. VC,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투자 후기 단계의 기관투자자가 주로 해당해요.
이처럼 투자계약마다 권리와 의무가 상이하기 때문에, 김 대표님은 협의 단계에서 꼭 텀시트(Term Sheet)를 받아 사전에 투자 조건을 조율하라고 조언해요. 텀시트는 투자자가 투자계약의 조건을 간략하게 작성한 서류로, 이를 생략하면 계약서가 구두로 논의한 것과 다르게 작성될 수 있고 독소조항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투자유치의 성패도 중요하지만, 투자계약은 사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계인 만큼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시길 바랍니다.
본 내용은 파인드어스 김판준 대표님과 함께한 디캠프 성장 프로그램 ‘파이낸스 살롱’의 일부 내용을 재구성하여 만들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재무 고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