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토종 B2B SaaS가 지금 일본에 출사표 던지는 이유
전 세계의 사무직과 현장직의 비중, 몇 대 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19년 국가통계포털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44개국 현장직의 비중은 86.7%로, 사무직의 6배 이상인데요.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사무직인 탓일까요? 대부분의 업무 협업 툴은 사무직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요. 현장직을 위한 업무 툴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샤플앤컴퍼니의 이준승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샤플앤컴퍼니는 2024년 5월 디데이 출전팀입니다.
(좌) 샤플앤컴퍼니 이준승 대표님과 일본 담당 류다언 매니저 (우) 현장직 업무관리 솔루션 ‘샤플’ 이미지
세상의 86.7%, 현장직을 위한 B2B SaaS
Q. ‘샤플앤컴퍼니’와 ‘샤플’, ‘하다’ 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샤플앤컴퍼니는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을 위한 B2B SaaS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장직의 비중이 86.7%에 달한다고 하는데, 왜 현장직을 위한 업무 솔루션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회사이고요. 현장직의 업무 관리 솔루션인 ‘샤플’과 현장 시설 점검을 디지털화하는 솔루션 ‘하다’ 2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현장직에 관심을 갖고 창업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일기획의 해외 디지털 자회사에서 11년간 근무하며, 중국, 대만, 홍콩, 한국 등지에서 신규 법인 설립 및 초기 사업 개발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매장 관리 업무도 수행하게 됐는데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직원을 등록해 부정 급여를 받는 소위 ‘유령 직원’ 등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메신저나, 수기, 엑셀에 의존하다 보니 업무 비효율도 심각했고요. 매장 관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보았지만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제가 창업을 통해 이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Q. 현장 업무의 특성을 반영한 솔루션이 없다니, 의외인데요.
출퇴근,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수집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는 있어요. 하지만 현장직에 필요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올인원 솔루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여러 소프트웨어를 섞어 쓰려면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교육 및 관리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죠. 현장직은 근속기간이나 교육 기간이 길지 않고, 근무 장소에 PC가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 신흥개발국의 경우 아직 디지털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죠. 저희는 저사양 핸드폰으로도, 사전교육 없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 75% 이상, 본투비 글로벌 서비스를 만든 비결은?
Q.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5% 이상이고, 첫 고객사도 중남미 업체라고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해외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해외 개발이 더 편했고, 현장직을 위한 업무 툴에 대해서라면 신흥개발국에 더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땅이 넓어 현장직을 관리하기 어렵고, 디지털화가 덜 진행돼 기존의 복잡한 협업툴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신흥개발국 중에는 중남미를 공략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여러 국가를 영업하던 중 중남미 업체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주신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중남미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Q. 중남미 지역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셨던 게 아니라면 영업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먼저 저는 본사가 아닌 해외 지사로의 영업을 선호합니다. 본사는 의사결정이 정말 오래 걸리거든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지사는 본사의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른 편입니다.하나의 지사에서 성과를 내면 다른 지사로의 확장도 쉬운 편이고, 결국 본사까지 인연이 닿기도 합니다. 언뜻 느린 길 같지만 오히려 빠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또 저는 B2B SaaS는 고객이 영업사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멕시코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1년에 여덟 번 멕시코를 방문했어요. 한국의 유명 과자를 선물로 사 들고 고객사 사무실에 상주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요. 그때 만났던 그분들이 지금은 샤플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해 주고 계십니다.
Q. 중남미, 동아시아,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계신데, 현지 인력 채용에 대한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해외 법인 등 거점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다림이 가장 큰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거점 마련에는 첫 번째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조바심에 맞지 않는 사람과 시작해 봐야 어차피 결과는 실패입니다. 따라서 해외 거점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면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체력과 기본 실력을 먼저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도 저희의 첫 번째 적임자를 찾고 있는 과정입니다. 디캠프 뉴스레터는 저도 초기부터 보고 있고, 워낙 많은 분들이 보는 뉴스레터기에 일본 시장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인연이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 인터뷰에도 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
Q. 지난 3월 일본 법인 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본 고객 확보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샤플앤컴퍼니가 생각하는 일본 시장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시장 자체가 큽니다. 국내 SaaS 시장 대비 7배 규모라고 알려져 있어요. 시차가 없는, 2시간 비행 거리에 7배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에 디데이에 참가하고 일본의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스시테크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전환기에 있는 일본 시장의 기회를 봤습니다. 일본 시장이 디지털 전환에 뒤처졌다는 인식을 갖고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성장기에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업무하며 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엄청난 기회가 열린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때는 기업이 좀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일본에 정통하지는 않은 SaaS 기업으로서 지금이 일본 진출의 적기라고 느꼈습니다. 회사도 재무적인 체력을 갖춘 상황이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고요.
Q. 일본은 행정 처리가 보수적이고 느리기로 유명한데요. 법인 설립 준비부터 완료까지 얼마나 걸리셨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통장 개설에만 4개월이 걸렸습니다. 일본은 제가 다섯 번째로 법인을 설립한 국가였는데, 확실히 제가 경험한 어떤 국가보다도 느린 속도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느린 만큼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만 준비한다면, 법인 설립이 어려울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일본 사업도 비슷한 양상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slow but steady 정신으로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일본 진출’ 주제의 5월 디데이, 참여 소감은?
Q. 데모데이 중 디데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실제 참여해 보니 어떠셨나요?
사실 2015년경 창업을 결심하고, 법인을 만들기도 전 공동 창업자와 디데이를 구경하러 갔었습니다. 당시 행사장을 가득 채운 열기에 ‘재미있다. 창업하기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그 디데이에 직접 참가해 감회가 새로웠고요.
실제 참여해 보니 어떻게든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운영진의 열정이 대단해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디데이 전후에는 일본 진출을 위한 그룹 교육과 멘토링 연결도 진행됐는데, 제가 기존에 경험한 어떤 프로그램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과 멘토링이었습니다. 실제 디캠프에서 해당 문제를 저희보다 먼저 고민하고 경험해본 멘토분들을 섭외해주니, 저희로서는 미래에서 온 분들과 만나는 기분입니다. 멘토링이 끝나면 노트로 정리해 사내 관련 팀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Q. 5월 디데이에는 일본 대표 VC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요.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거나 협업을 기대하시는 곳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두 곳에서 미팅 요청을 주셔서 다음 달 초 미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실 저희는 지금 당장 자금 수요가 있지는 않은데요. 일본 특유의 CVC 형태로 사업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투자 유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있습니다.
Q. 샤플앤컴퍼니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작년 4분기부터 월 BEP를 달성해 오고 있고, 월반복매출(MRR) 기준 올해 이미 작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습니다. 올해 말에는 2배 성장도 무난하다고 생각하고요. 올해 흑자 전환은 물론 그간의 누적적자 이상의 이익으로, 내년 초부터 법인세를 내는 조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에도 올해의 성장 속도를 이어가 매출 2배 성장을 만드는 것을 단기적인 재무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 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저희도 한국에서 출발한 토종 글로벌 B2B SaaS로서 해외, 특히 신흥개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