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120년 묵은 간접광고의 한계, AI 기술로 넘어서다
영화 촬영일부터 실제 상영일까지의 시차가 길게는 2년까지도 벌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시차 때문에 간접광고에는 각종 제약이 뒤따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광고 제품이 상영 전에 리뉴얼되거나 단종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해요. 오늘 레터에서는 120년 넘게 지속돼 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인쇼츠'의 이건창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인쇼츠는 2024년 2월 디데이 우승팀입니다.
①인쇼츠 이건창 대표
②AI 가상 광고 적용 모습
콘텐츠 덕후 워커홀릭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로
Q. ‘인쇼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인쇼츠는 컴퓨터비전 AI 기술을 바탕으로 광고주와 영상 콘텐츠 산업에 더 많은 기회를 더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AI를 활용해 이미 촬영된 영상에 간접 광고 제품을 삽입하는 인쇼츠 간접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영상의 촬영 시점과 방영 시점에는 무시할 수 없는 시차가 존재하는데요. 영화의 경우 2년, TV 시리즈의 경우 7개월~15개월까지도 소요되기 때문에 광고주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제품을 노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 문제는 최초의 영상 기기인 시네마토그래프가 출현한 이후로 지난 128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요. 인쇼츠를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Q. 콘텐츠 공공기관에서 그리고 오렌지플래닛과 CJ ENM에서 콘텐츠 분야 투자 업무로 일하시다가 창업하셨는데요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경우에는 문제가 먼저고 창업은 나중이었어요. ‘간접광고’라는 문제를 풀면 영상 콘텐츠 산업 전체를 영구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비전이 있었거든요. 간접광고가 시차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더 유연하게 적용 가능해지면 콘텐츠 수익도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 유능한 인재와 더 많은 자원이 모이고, 결국은 콘텐츠 산업 전체의 성장동력이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풀고 싶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창업이라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왜 대표님에게 그토록 강력한 동기가 되었을까요?
저 자체가 콘텐츠를 좋아하고 콘텐츠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전기전자공학과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시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국어국문학과로 전과했어요. 그 후 20년 정도는 문학과 음악을 하는 창작자였죠. 20대 후반에는 1년 반 정도 홍대에서 인디밴드 활동을 했는데, 그 시절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을 계기로 알게 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취직했어요.
거기서 맡게 된 창작자 지원 사업은 정말이지 뿌듯하고 재미있었어요. 창작자 그리고 콘텐츠 스타트업과 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일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했고, 때로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일을 했어요.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했죠. 결국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저를 창업까지 이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콘텐츠에 기술을 더한다는 것
Q. 출시 3개월 만에 스튜디오 드래곤, 샌드박스, 삼성, 제일기획 등 여러 파트너사를 확보하셨어요. 관련 팁을 공유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콘텐츠 제작사와 일할 때는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는 창업 동기부터 제작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데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사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용이한 측면이 있었어요. 콘텐츠 제작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저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간접광고(PPL)를 진행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필요한 운영 수수료도 추가로 발생시키지 않거든요. 또 저와 COO인 홍정진 이사님은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30년 가량 일해온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홍정진 이사님은 글로벌 OTT/TV 방영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국내 최고 레벨에서 활동하던 분이었어요). 덕분에 현재 10곳 이상의 콘텐츠 제작사와 공식적인 MOU를 맺는 등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Q. 팀 빌딩과 운영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저희 팀은 저와 COO(최고운영책임자)이신 홍정진 이사님,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AI 개발팀, 광고 영업을 담당하는 사업개발팀으로 이뤄져 있어요. 우리는 사업과 기술개발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AI 개발팀은 인공지능학 석사 4명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돼 있고, 인원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전공자로서 AI개발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는데요. 저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풀고자 하는 문제와 맞지 않다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초기 기업에게는 작은 비효울도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직접 기술 리서치를 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에 맞는 기술과 연구주제를 찾고, 이를 기반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자문해줄 수 있는 국내 최고 레벨의 저수준(Low-level) 컴퓨터비전 AI 전문가(대학 교수 및 박사급 연구원) 그룹 네트워크도 갖고 있고요. 제가 대표자로서 기술 기획과 사업 기획을 동시에 하는 점이 어떤 곳에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Q.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콘텐츠 분야에서 AI 적용과 관련해 공유하고 싶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콘텐츠 분야는 아직 정식 파이프라인으로 도입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 의외로 보수적이에요. 지금 당장, 낮은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결정권자에게 제안을 전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아요. 아무래도 사람의 고도화된 창의성을 원천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 인쇼츠는 풀고자 하는 문제, 기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제작사 입장에서 추가로 드는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많은 제작사와 협업의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K-콘텐츠 전성시대, 인쇼츠의 글로벌 계획은?
Q. 글로벌 VC와 함께하는 디데이에 참여해 주셨는데, 어떤 글로벌 진출 경험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올해는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광고주로 유치하는 것이 목표예요. 동아시아와 동남아 시장에서는 K-콘텐츠의 인기가 흔히 가장 글로벌하다고 알려진 미국 콘텐츠의 인기를 몇 배 이상 뛰어넘거든요. K-콘텐츠에 간접 광고를 넣을 수 있다면 이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광고주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저희는 광고 분야 외에도 AI를 통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재상품화하는 ‘AI 슈퍼스케일러’ 사업도 진행 중인데요. 해당 사업은 이미 국내, 미국, 프랑스 콘텐츠 제작사와 MOU를 맺고 기술 적용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Q. 디데이를 경험하며 느끼신 점, 향후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전부터 언젠가 ‘디캠프’라는 굉장히 좋은 플랫폼을 통해 저희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작년 말 이영애 배우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를 통해 인쇼츠 간접광고를 진행하면서 이제는 디데이에 지원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디데이 우승을 동력으로 올해 상반기 투자유치, 글로벌 광고주 유치라는 목표까지 이루고 싶습니다. 디데이가 끝난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디캠프를 통해 여러가지 유의미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소개받고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