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입법고시 출신 찐 전문가가 만든 리스크 관리 플랫폼
"길을 가다 벼락을 맞을 확률과 비슷했죠." 입법고시에 합격하고 국회사무처에서 차관보급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창업하게 된 박선춘 대표님은 자신이 공직을 그만두고 창업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벼락 맞을 확률'로 창업을 시작해 법률규제 리스크 관리 AI 솔루션 ‘아이호퍼’를 서비스하고 있는 씨지인사이드의 박선춘 대표님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씨지인사이드는 2024년 1월 디데이 출전팀입니다.
입법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 창업을 결심한 이유
Q. 입법고시 출신의 국회사무처 고위 공무원이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셨나요?
길을 걷다가 벼락 맞을 확률과 비슷한데요. 원래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2015년에 미국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으로 발령이 나고, 그곳에서 ‘피스컬노트’라는 의회 모니터링 플랫폼을 활용하게 됐는데, 한국에도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은 공공데이터 개방 정도가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봤고요. 26년간 입법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다뤄온 제가 그 사업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사직서를 낸 것은 아니고 2018년 귀국해서 입법 통과 확률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봤어요. 그게 성공하면서 2019년 초 법인을 세웠는데, 그 뒤로 조직 내에서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2021년 말에야 사직서를 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2022년 초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 스타트업도 리스크 관리 할 수 있어요
Q. 입법 데이터를 보여주는 플랫폼이라니 신선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희의 메인 서비스는 GRM, 정부 리스크 관리 솔루션입니다. 법률과 정책은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120건이 넘는 입법예고가 발생하고 그중 40%가 규제 관련 내용이에요. 글로벌 기업부터 초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규제나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최근 로톡이나 엘박스와 같은 스타트업의 사례가 있고, 타다금지법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뿌리 자체가 흔들렸던 쏘카(타다)의 사례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로펌에 거액에 비용을 지급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했어요.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그런데 이 전문가들이 단순한 데이터 수집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효율이 매우 낮았죠. 저희는 데이터를 자동 수집,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기존 대비 수백분의 일의 비용으로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고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Q.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등의 입법 동향을 보여주는 서비스이군요. 주요 고객은 어떤 곳으로 생각하시나요?
사실 초기에는 중견 규모 이상의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세요. 로펌이나 전문가를 고용할 만한 리소스는 부족한데, 신생 사업이다 보니 법률 규제에는 오히려 취약했던 거죠. 그래서 일반 기업들과 구분된, 스타트업을 위한 가벼운 요금제를 출시했고요. 올해 들어서는 한국정책학회와 함께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공무원과 같은 전문직역 종사자들이 부담없이 구독할 수 있는 아카데미 요금제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Q. GRM 서비스 외에도 입법 데이터와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 스크랩, 분석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온라인 평판 솔루션 오르마스(ORMAS), GRM 솔루션을 기반으로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법무행정 자동화를 지원하는 일라스(ILLAS) 등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오르마스(ORMAS)의 경우 대기업 내부 AI 개발팀이 1년째 개발하지 못한 기능을 저희가 2달 만에 구현해 냈고요. 뉴스 스크랩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기업, 서비스나 제품의 평판을 실시간 분석하고자 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서비스 중입니다.
Q. 주미 대사관에서 일하실 때 피스컬노트를 보고 사업 아이템에 대한 영감을 얻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피스컬노트와 아이호퍼,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를까요?
피스컬노트와 아이호퍼는 의회를 비롯해서 정부 영역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두 회사의 차이점은 피스컬노트는 입법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즉 정치 행위 과정에 집중한다면, 아이호퍼는 데이터 분석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일 것 같아요. 따라서 피스컬노트는 미국의 정치, 정책 환경에서 최적화되어있듯이, 아이호퍼는 한국의 법률, 정치, 정책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는 한국형 GRM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 혹한기, 2년 만에 BEP 달성 비결은?
Q. 2022년 초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시고 2년이 안 되어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비교적 빠른 시간에 BEP에 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2022년 1월 비즈니스를 본격 시작했는데, 당시 심정은 한 겨울의 북극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투자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경기는 후퇴하고 있었어요. 스스로 생존하지 않고는 봄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첫해는 우리의 데이터 리소스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데이터 구축에 중점을 뒀는데요. 목표로 했던 GRM서비스를 완성하기 전 해당 데이터를 판매함으로써 보다 빠른 시간 내에 BEP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구축한 GRM서비스를 위해 243개 지방의회, 3,800명 의원의 데이터를 언론사에 1억 3천만원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데이터를 사고자 하는 고객이 나타나고, 추천 등을 통해 판매가 지속됐어요. 올해는 아이호퍼 서비스에 자신감을 가지고 본격적인 마케팅 홍보를 하려고 합니다.
Q. 본격적인 사업 착수 2년 만에 서울시,코트라, 화웨이, 한국수력원자력, 케이씨산업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계십니다. B2B SaaS 영업과 관련해 주실만한 팁이 있을까요?
저희는 준비되지 않으면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요. 제품을 뾰족하게 갈고 또 갈아서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는데요. B2B 제품의 특성상 한 번 실망하고 구독을 해지하면 다시 돌아오게 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B2B 영업의 핵심이 입소문을 통한 구매, 네트워크 효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대규모의 마케팅이나 홍보도 좋지만, 고객 한 명 한 명의 감성과 니즈를 파악해서, 저희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Q. 아이호퍼는 입법데이터에 생성형 AI를 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계시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적용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으신 인사이트가 있을까요?
챗GPT 등장 이후 하루만에도 서비스를 만들고 코딩을 짜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저는 기술이 서비스를 좌우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봅니다. 어쩌면 ‘기술은 거들 뿐’으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앞으론 차별화된 도메인 지식과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성형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특정 분야의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고, 이를 유효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에 사업의 성패가 있고, 이를 갖춘 회사가 앞으로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수 만의 디데이, 참여 소감은?
Q. 3수 만에 디데이에 참가하셨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디데이를 경험하며 느끼신 점이나 향후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디데이에 참여해 보니 창업자 중심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데모데이,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에 참여해 보면 해당 기관의 홍보라는 관점에서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디데이는 굉장히 참여 기업에 집중하는 느낌이었고, 지원도 체계적이었어요. 두 번째로는 분야나 업력, 나이의 제한 없는 개방적이고 열려있는 데모데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월별로 테마를 가지고 진행해 관심도를 제고하는 점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저희는 3월 초 프론트원 입주를 신청했고 입주할 예정입니다. 어제 디캠프와 IR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디캠프와 투자자와 피투자사로서도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씨지인사이드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제의 계획이 오늘 바뀌고, 오늘의 청사진이 내일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더 긴 관점에서 보면 씨지인사이드가 화성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지금은 발사대에서 서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대기권을 돌파할 연료라고 할 수 있는 10억 건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요. 다음 단계로는 법률정책 분야에 특화된 저희 회사의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고, 6월에 공개할 예정인데요. 아이호퍼 생성형AI 모델이 서비스에 활용된다면 아이호퍼 솔루션이 고객의 개인비서(PDA, Personal Digital Agent)처럼 검색 및 수집, 요약, 분석, 예측을 수행하는 진정한 AI 법률정책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