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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과 교수가 아이 넷 재우다 만든 귀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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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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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스토리

마취통증과 교수가 아이 넷 재우다 만든 귀마개

약한 마취 효과는 수면 효과와 비슷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20년, 서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10년째 근무 중인 서정화 대표님은 여러 의학 영역에서 수면 및 진정 효과로 연구되고 있는 ‘양이성 음향’을 활용, 수면을 유도하는 디지털 귀마개 ‘슬리비’를 개발하고 있어요. 네 아이를 재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 ‘뿅’ 하면 ‘스르르’ 잠드는 기술을 상상하다가 ‘슬리비’까지 개발하게 됐다는 서정화 대표님의 이야기,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슬리피는 2023년 12월 서울의대 프리디데이 우승팀입니다.
디데이에서 발표하는 서정화 대표님
슬리비 렌더링 이미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창업을 시작한 이유

Q. 창업을 결심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불면증 환자가 아주 많은데요. 수면제는 중독성이나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어요. 임신 중이거나 다른 기저 질환 등 여러 이유로 처방이 어려울 수도 있고요. 제가 연구하는 디지털 마취제 분야가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다양한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이성 음향은 부작용이 없다’는 결론은 성급하겠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이 없고, 본질적으로 소리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죠.
개인적으로는 2살부터 9살까지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잠을 안 자니 고생이 너무 심했어요. ‘뿅’ 하면 ‘스르르’ 잠들게 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제가 가진 마취 관련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 스스로 개발해 보자 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Q. 치과 전문의, 창업 분야 석사, 시각 디자이너, 영업 전문가 등 다양한 팀원이 있던데, 팀빌딩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먼저 영업 전문가는 제가 의사로서 연을 맺은 분인데 제 아이템을 좋게 봐주셔서 합류하게 되었고, 양이성 음향을 함께 연구한 지도 학생들 역시 팀에 속해 있습니다. 그 외 분들은 제가 올해 초에 창업을 결심하고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만난 분들인데요. 특히 재단, 대학 등에서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두 차례 참가했는데, 거기서 두 명의 팀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팀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보니 결정도 쉬웠죠. 먼저 우리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과 주로 협업을 진행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귀에 꽂고 10분이면 잠이 옵니다

Q. 먼저 슬리피와 슬리비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슬리피는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마취, 진정, 수면을 돕고자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슬리비는 ‘양이성 음향’을 활용해 아주 약한 마취 효과로 수면을 유도하는 디지털 귀마개인데요. 양이성 음향이란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뇌파 동조화 효과를 만들 수 있어요. 슬리비는 따로 들으면 구분이 어렵지만 주파수가 살짝 다른 소리를 양쪽 귀에 독립적으로 들려줌으로써 잠잘 때와 비슷한 뇌파를 형성시키고 수면을 유도합니다.
Q. 양이성 음향이라는 것의 효과는 얼마나 검증되었나요?
슬리비는 약한 마취 효과를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방식인데요. 마취 효과는 대개 이 마취제를 사용했을 때 함께 사용하는 메인 마취제의 용량을 줄이면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로 확인해요. 슬리비에 사용된 양이성 음향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메인 마취제 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부분은 이미 확인됐습니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는 양이성 음향의 뇌파 동조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10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Q. 수면제나 타 슬립테크 기기 대비 슬리비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경구 수면제 대비 효과는 약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과 처방 과정 없이 바로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타 슬립테크 기기 대비해서 슬리비의 특징은 스마트폰과 연동 없이 슬리비 단독으로 작동한다는 점이에요. 이 부분은 일단 스마트폰 자체가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사용성 면에서도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실행하고, 블루투스를 연결하거나 스위치를 누를 필요 없이, 귀에 꽂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먹는 약만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죠.
기술적으로는 양이성 음향이 매우 민감한 자극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앱, 별도의 이어폰을 활용하게 되면 각각의 성능이나 세팅에 따라 양이성 음향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데 세팅된 하드웨어 상태로 제공함으로써 저희가 의도한 청각 자극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슬리비는 향후 영역을 확대해 약한 마취가 필요한 의료 현장에도 활용할 계획인데요. 이때 개인 기기와 연결해야 하면 사용이나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개발 중인 슬리비는 약한 마취 효과, 약한 진정 효과를 보이는 기술을 통해 수면 환자나 간단한 시술을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한 기기입니다. 디지털 수면제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 알고리즘 개선 등을 통해 효능을 높이면서 디지털 마취제 단계까지 나아갈 계획입니다.

의사로 창업하기

Q. 요즘 의료계에서 창업에 대한 선호도는 어떤가요?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은 분들이 자기 진로로 창업을 염두에 두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개업, 봉직의, 대학교수 정도가 주된 선택지였고 정말 드물게 의학기자, 제약사 취직 등의 경로가 있었다면, 요즘은 이 두 카테고리 외 선택지로 창업이 생긴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젊은 분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하고요. 또 의사의 경우 전문성을 발휘해 독창적인 문제와 솔루션을 발굴한다면 큰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창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의사로 창업을 해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의사는 아무래도 의료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보니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문제 설정과 솔루션 제시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 같아요. 단점이라면 업무 범위가 의료 분야로 한정돼 있다보니 실제 마켓에 어필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감은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 행사나 데모데이, 멘토링 등을 통해 이런저런 분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이런 점을 극복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Q. 후배 의사 창업가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정말 초짜 창업가지만 저의 경험 내에서 조언을 드린다면 꼭 다양한 지원 사업에 지원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합격하지 않더라도 지원서나 요구 서류를 작성하다보면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이 구체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또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고요.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서류 평가에 합격해서 발표하게 되면 심사위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운 좋게 최종 선정이 되면 전문가 멘토링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어요.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K-스타트업 창업지원포털(k-startup.go.kr)에 가면 다양한 지원사업을 모아서 소개해주는데 꼭 지원해보시기 바랍니다. 떨어지더라도 남는 것이 너무 많아요.
Q. 디데이에 출전하시게 된 이유와 출전 소감, 향후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원래 IR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해서 디데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 제가 디데이에 나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12월 프리디데이는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는 회차라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사전발표, 본행사 발표, IR 준비, VC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 사실 프론트원 입주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입주해 계신 선배 교수님이 정말 좋다고 강력 추천해주셔서 입주 신청을 해볼지 고민 중입니다.
Q. 디데이 우승 팁이 있다면?
팁이라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을 비운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꼭 우승하겠다는 마음으로 포장을 더하기보다는 주어진 발표 시간인 5분 안에 우리 아이템을 잘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담담하게 준비했어요.